해민해



        1. 레이오버에 오기 직전 3개월의 생활이 궁금해요.


레이오버 직전의 3개월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흐름을 마무리하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3년 가까이 저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연남동의 ‘언덕’을 정리하면서, 지탱하고 있던 몸이 중심을 잃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며 그 동안 언덕을 찾아주던 분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2. 레이오버 일정은 어떤 식으로 조율하고 결정하셨나요?


가게를 정리한 이후 뚜렷하게 잡혀있는 일정이 없던 상태라, 레이오버로 향하는 것을 가장 우선 순위에 두고 그 이후에 생기는 일정은 구석 구석 넣는 방식으로 이후에 다가올 시간의 흐름을 잡아보았습니다.


3. 이전에 제주에 온 적 있는지, 있다면 주로 무얼 하셨나요?


5년 전 쯤, 아주 가깝게 지냈던 친구와 무작정 향했던 곳이었습니다. 바다가 가까운 곳, 현실에서 조금은 멀어질 수 있는 곳. 하염없이 바다 주위를 맴돌며 나란히 앉아 많은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4. 레이오버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의 첫번째 일정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정리할 것들이 많은 시간이겠지요. 오랜 시간 머물렀던 집도 그리고 그 곳을 구성하고 있던 짐들도, 지니고 있던 것들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첫번째 일정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5. 바다 가까이에서 지내본 적이 있나요?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어요. 한 주의 절반 정도는 바다에서 보냈죠. 떠밀려 내려오던 한치, 손 마디 만한 바다 꽃게, 허물고 쌓기를 반복했던 모래로 지은 성.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쌓여가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층고가 높고 짭조름했던 솔트의 하얀 방도 추가될 것 같네요.


6. 레이오버 기간 중 참여하셨던 창동 레지던시 행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준비 과정에 대해 들려주세요.


음식과 재료에 대한 작업을 하는 조지아 출신 작가 니누차 샤트베러시빌리 Ninutsa Shatberashvili와 서울 창동 레지던시에서 만나 제주도로 여정을 떠났습니다. 제주의 지역 식물과 시장, 전통 요리를 함께 탐색하며 서로의 방식을 나누고 협업 방식을 실험하며 함께 상을 완성하는 작업을 준비했어요. 협업 일정이 정해졌을 때는 이미 레이오버로 향할 계획이 있었는데, 당시 제주 음식에 대한 리서치를 하고 있던 터라, 제주를 함께 경험하면 더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거라 생각해 제주행을 제안했습니다. 오일장, 특히 할망들이 직접 수확한 재료가 있는 곳을 여기저기 누비며 서로의 생각과 주로 쓰는 재료, 다루는 방식을 배웠어요. 그 결과, 제주 식재료로 만든 페이스트와 소스를 찍어 먹을 수 있는 작은 조각이 이어지는 큰 조각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제주 구석구석을 닮은 큰 더미를 쌓아내고, 관객이 부수고 먹는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작업이었습니다.


7. 육지와 가장 달랐던 식재료가 있나요?


기후와 땅의 상태가 달라서, 그로부터 파생되는 생활 방식과 식문화도 육지와는 많이 다릅니다. 발효를 통한 장기 저장보다는 빠르고 간편하게 조리하고 섭취할 수 있는 음식 방식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았습니다. 여러 차이와 맥락을 계속 배우고 공부하는 중입니다. 흥미로운 구석이 참 많아요.


8. 레이오버 기간동안 무엇을 가장 맛있게 먹었나요?

시청 쪽에 있는 정성 듬뿍의 각재기 국과 멜튀김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제주도를 들를 때마다 갈 예정입니다.

9. 레이오버 기간 동안 ‘경유지’에 대한 정의나 생각이 달라졌나요?


언젠가 먼 곳을 향할 때 경유지에서 10시간을 가만히 대기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잠시 둘러보며 그곳의 방식을 가늠해 보았던 것이 허공에 있는 섬처럼 느껴집니다. 필연적인 경유지에서의 시간과 경유지에 대한 정의를 조금 더 굳건히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레이오버에 잠시 머물며 다음 경유지를 향해 나아갈 힘을 얻고 갑니다. 언젠가 닿을 수도, 닿지 않을 지도 모르는 정착지를 향해서요.


10. 제주에서 시간을 더 보낼 계획이 있으신가요?


네, 다 끝내지 못한 작업이 있어 다시 찾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매주 다니던 오일장을 잊지못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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