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휘
1. 레이오버에 오기 직전 3개월의 생활이 궁금해요.
10월부터 12월까지 일만 했고, 꽤나 이동이 많았습니다. 3개월 동안 부산, 대만, 광주, 독일에 갔었네요. 광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을 하러 갔었습니다. 공연, 연기, 합주, 영화 음악 작업 등을 하면서 연말을 보냈어요.
2. 레이오버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미 올해 상반기 일정이 잡혀있어서 1~2월이 아니면 쉴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1월이 가능할 것 같다고 연락을 주셔서 4주 생각도 했는데, 친구가 18일에 결혼식 축가를 부탁한 것도 있고, 집에 고양이들이 그립기도 해서 2주 동안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3. 이전에 제주에 온 적 있는지, 있다면 무얼 하셨나요?
고3 때 수학여행을 왔었는데 주량을 모르고 첫날 소주를 너무 마셔서 어디서건 비닐봉지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두 번째 기억은 2011년에 무키무키만만수라는 밴드로 제주 강정 해군기지 반대 연대 공연을 하러 왔을 때고, 세 번째 기억은 재작년 봄 즈음에 솔트에 놀러 왔을 때예요!
4. 레이오버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의 첫 번째 일정은 무엇인가요?
우선 도착하자마자 축가 연습을 해서 다음 날 친구 결혼식에 축가를 불러야 하고, 병원에 맡겨놨던 앰프를 찾고 연결해서 다음 주 수요일 오픈인 전시 사운드/음악을 마무리해서 넘겨야 합니다. 그것들이 가장 급박하네요.
5. 레이오버에서의 잠자리는 어땠나요?
아무 죄책감 없이 늦잠을 잘 수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첫날에는 바닷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이 낯설어서 귀마개를 끼고 잤는데, 바로 적응해서 파도 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면서 잘 수 있게 되었어요. 일어나자마자 블라인드를 올리면 바로 바다와 등대가 보이는 것이 비현실적이었습니다.
6. 레이오버에서의 아침 시간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오늘의 할 일을 정리하고 간단하게 청소/정리를 하고 아점을 먹었습니다. (도망칠 수 없는 행정 처리도 했답니다.)
7. 바다 가까이에서 지내본 적이 있나요?
처음이에요!
8. 평소에 미루고 있는 일이 있나요? 몇 년 동안 생각만 하고 있는…
건강검진과 방송 관련 쪽 저작권 등록입니다. 제대로 음원/앨범을 신고해야 밀린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데 다른 일에 쫓기다 보니 아직도 못하고 있네요. 아마 영원히 못 할 것 같아서 올해는 누군가에게 부탁하려고요. 쩝.
9. 레이오버 기간동안 무엇을 가장 맛있게 먹었나요?
솔트 스태프들과 함께 먹은 고등어와 방어회, 카고 크루즈에서 먹은 당근 수프입니다.
10. 레이오버 기간 동안 ‘경유지’에 대한 기존 정의/생각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경유지’에 대한 생각을 딱히 안 하고 살았는데 '경유지 이렇게 필요한 것이었다니?'라는 생각을 했고요. 확실히 이런 시간을 가지니까 일에 치여 사느라 생각하지 못했던,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이 일을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하고 살아야 하나' 등의 근본적이고 이미 해야만 했던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경유지' 뿐만 아니라, ‘공간’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면서 지냈어요. 솔트는 제가 느끼기에 미적으로 아무것도 거슬리지 않는 공간이었는데, 이런 공간에 있어 본 것이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미적인, 시각적인 스트레스가 없으니 생각을 하고 그것을 정리하는 것도 효율적으로 변한 구석이 있습니다. 공간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달았고, 건축/건축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에 대해 어떤 종류의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