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1. 레이오버에 오기 직전 3개월의 생활이 궁금해요.
오기 직전에 변화가 많았어요. 회사를 그만 두기로 했고 스튜디오의 이사도 있었어요. 어딘가 어수선한 채로 바쁘게 지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레이오버를 기다렸어요. 여기 오면 컴퓨터 데스크탑이나 이메일 수신함을 비롯해 생각과 감정 등 마구 쌓여 있는 것들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어요.
2. 이전에 제주에 온 적 있는지, 있다면 무얼 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엄청 여러 번 제주에 왔는데 올 때마다 어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돌아다녔어요. 유명하다는 전복죽을 먹고 디앤디파트먼트에 가서 매번 같은 물건들을 여러 번 보고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곳을 아주 여러 번 방문하는 편인데, 제주에서는 그런 곳을 만들기가 어려웠어요.
3. 레이오버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의 첫 번째 일정은 무엇이었나요?
샤워하고 틈새라면을 끓여 먹고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버드콜에 출근했어요.
4. 레이오버에서 잠자리는 어땠나요?
2층 침대에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살짝은 불안한 상태로 잠들었어요. 그에 비해 잠은 푹 잤고, 이례적인 것은 거의 매일 7시쯤 일어났다는 점이에요. 그게 정말 좋았어요. 괴롭게 기상하지 않는 것. 스르륵 잠드는 것처럼 스르륵 일어나는 느낌이었어요.
5. 레이오버에서의 아침 시간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평소보다 서너 시간씩 일찍 일어나고 침대에서 휴대폰을 확인하느라 지체하는 시간 없이 곧장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갔어요. 오전 시간을 다섯 시간 정도 일하며 보내고 나면 오후에는 완전히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하루의 남은 시간을 모두 낭비하고 함부로 보내도 괜찮다는 합리화랄까요?
6. 바다 가까이에서 지내본 적이 있나요?
작년 봄 레이오버를 기획하러 솔트에 와서 2주 정도 지냈어요. 매일 바다를 보는 생활은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저는 바다를 무서워해요. 강이나 바다 같은 큰물 앞에 서면 공포가 들어요. 사자를 마주한 것처럼 굉장히 동물적인 공포에요.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느낌이랄까요.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이라 낯설고 불편해요. 그런데 큰물을 바로 앞에 두고 먹고 자고 일하고 놀고 그런 경험이 굉장히 상징적이고 담력을 키워주는 것 같아요. 공포와 불안을 주는 존재를 떡하니 옆에 두고 그냥 살아간다는 것이요.
또 이번에 솔트 스태프분들과 함께 송악산에 가서 넓은 바다를 내려다봤어요. 파도가 치는 바다의 가장자리가 아니라 바다의 한가운데 잔잔한 부분이 넓게 펼쳐져 있는 광경이었어요. 하늘도 넓고 바다도 넓고 그런 광경을 처음 본 것처럼 놀랍더라고요. 내가 지구 위에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이곳이 하나의 행성이라는 느낌이 생생했어요. 바다에 대한 이야기만 길게 하네요. 강렬했나 봐요.
7. 이번 제주에서 방문 하셨던 곳 중 가장 인상 깊은 장소는 어디였나요?
(salt)의 전 스태프였던 연지님이 운영하는 카페 ‘우리는'이요. 백반집이자 집으로 사용했던 공간을 직접 개조해서 만든 카페에요. 가구, 간판, 메뉴판, 책장, 소품 등 눈길 닿는 곳마다 연지님이 재밌게 고민한 과정과 결정이 보였어요. 주변이 유흥가라 적나라한 간판들이 많았는데 그 점이 불쾌하지 않고 재밌었어요 . ‘질투', ‘스캔들', ‘센스', ‘딴따라', 이런 이름들이요. 그런 공간들을 옆에 잔뜩 두고는 그냥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해볼게.’라고 이야기하는 듯 했어요. 앞으로 ‘우리는'으로 시작한 문장이 어떻게 완성될지 궁금해요.
8. 평소에 미루고 있는 일이 있나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인 등록하기, 사업장 주소 변경하기, 출판사 등록하기, 상표 등록하기, 면허증 갱신, 계산서 발행… 각종 등록, 변경, 갱신, 발행 이런 것들 정말 싫어요.
9. (salt)와 함께 레이오버를 기획 하셨는데 직접 레이오버를 경험해보신 소회가 궁금해요.
작년 초 부터 총 9분의 레지던트를 초대했어요. 그동안 오셨던 분들이 어떤 시간을 보내셨을지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할지 살피면서 지냈더니 직접 이곳에 있으면서도 타인의 관점으로 간접 체험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