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
1. 레이오버에 오기 직전 3개월의 생활이 궁금해요.
3월 말부터 여기저기 옮겨 다녔어요. 하와이에 열흘 정도 있다가 워크숍 때문에 잠깐 미국 동부 쪽에 가기도 하고 4월 말에 다시 한국으로 왔어요. 그래서 지난 3개월이 왔다 갔다 하는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2. 레이오버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의 첫번째 일정은 무엇인가요?
레이오버 기간 동안 해조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실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해야 할 다른 일들이 많아요. 지난 10년간의 연구 내용인 한국 민중미술 운동에 관한 책을 쓰고 있어요. 마무리 단계라 일상으로 돌아가자마자 다음 날 아침부터 그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또 근대 불교미술에 관한 프로젝트도 있고 발표도 있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해조류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지막일것 같아요. 그래서 솔트에서의 기간이 생각이 정말 많이 날 것 같아요. 금방 오래전 꿈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3. 레이오버에서 잠자리는 어땠나요?
저는 도시를 벗어나면 아침 일찍 깨는 것 같아요. 하와이에서도 되게 일찍 일어나고 여기서도 정말 늦잠 자고 싶은데 일어나면 6시였어요. 전날 일찍 잔 것도 아니었는데, 해에 더 잘반응하는지,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잠자리는 매트리스도 좋고 침구도 저한테 잘 맞았어요. 근데 사실 저는 이층침대에서 자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고 불안했어요. 천장이 낮아서 굉장히 아늑한데, 그 아늑함이 적응이 안 됐어요.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여기서 아늑함을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죠. 생각 이상으로 잘 사용한 건 발코니였어요. 제가 수영을 자주 했는데, 웻수트나 수영복이 화장실에서 마르기에는 너무 두꺼워서 발코니에 두고 말렸어요. 저는 발코니를 아주 유용하게 썼습니다.
4. 레이오버 동안 바다에 얼마나 자주 가셨나요?
자주 갔어요. 곽지에 간 날도 있고 하루는 서쪽 바닷가 세 군데를 간 적도 있어요. 곽지, 월령, 금능에 갔었고, 다른 날은 동쪽에 김녕, 월정, 세화에도 갔어요. 제주도 지역들은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워요.
5. 제주에서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
인상 깊은 점이 너무 많은데요. 그중 해파리! 엄청나게 큰 해파리가 정말 공포스러웠어요. 목숨에 대한 위협이라는 건 좋고 따뜻한 다른 인상들을 모두 죽여버리는 것 같아요. 그 광경이 사실 현실이거든요. 그런데 저한테 너무 초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다이빙 많이 하시는 분이 작년에는 해파리를 거의 못 봤대요. 근데 올해는 벌써 너무 많이 봤다고 해요. 그분은 작년에 거북이를 많이 봤대요. 근데 거북이가 해파리를 잡아먹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역시 먹이사슬 하나가 끊어지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6.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나요?
주로 미술 또는 생태 환경에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원래 지인이었던 사람들도 있고 새로 만난 사람도 있어요. 기존 지인들은 제주에 와서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리고 주로 중문에서 활동하시는 ‘파란’이라는 단체 분들을 만났고 정기 후원을 시작했어요. 제주 바다의 변화를 기록하고 추적하는 해양 시민과학센터에요. 설립한 지 1년밖에 안 되어서 힘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402번째 후원자라고 해요.. 제가 관심 있는 해양 생태 쪽이나 제주도 물과 관련해서 연구를 이어가면서 관련 연구를 하시는 분들과 이후에도 계속 교류하고 싶어요.
7. ‘리무 리포트'라는 레이오버 프로젝트도 진행하셨죠.
맞아요. 제가 아직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하와이 음식을 나누며 하와이 리서치 트립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를 만들었어요. 너무 너무 좋았어요. 사람들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내기에 정말 좋은 형식이었어요. 사람들도 초대를 받아서 온 것이고, 이미 사랑을 받는 자리에 왔다는 생각이 드는 공동체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리무 리포트는 리서치의 시작이자 내 리서치로의 초대, 그리고 리서치에 도움을 청하는 부탁의 제스처였어요.
8. 평소에 미루고 있는 일이 있나요? 몇 년 동안 생각만 하고 있는...
저는 사실 모든 걸 미루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디지털 클리닝. 제가 지난 10년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클라우드에 계속 올려두고 있어요. 근데 이게 두 군데에 나뉘어 있어요. 이걸 정리를 해야 하는데, 정리가 참 중요하잖아요.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레지던시가 좋죠. 자기 공간과 일상에서 떨어져서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9. 레이오버 기간동안 무엇을 가장 자주 먹었나요?
현미밥과 해조류 가장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직접 캐온 것도 먹고, 미역국도 만들어 먹고, 그리고 많이 구입하기도 했어요. 중문 시장 가서 꼬시래기, 까시리, 몸, 톳 등 다 사서 먹었어요. 또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다 보니, 다시마를 씹으며 운전하기도 했고요.
10. 레이오버를 마친 소회가 궁금해요.
제주 해조류에 관한 프로젝트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제주도 현장 리서치가 꼭 필요했어요. 기간이 얼마가 됐건 정말 이곳에서 지내기 전에는 도대체 프로젝트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겠는 상황이었어요, 이번에는 프로젝트 진행 기간을 가늠할 만한 정도의 정보만이라도 얻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하고 왔어요. 그런데 그 이상으로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어요.